전세계 벤치마킹 대상 1호 기업,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존경받는 CEO가 있었던 회사, 100년 넘는 미국 기업 역사에서 지금까지 유일하게 살아남은 기업, 98년부터 2002년까지 5년 연속 ‘포춘’지가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세계 최고의 인재사관학교 등등. 1878년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설립한 GE를 수식하는 다양한 단어들이다.

이 중에서도 인재사관학교가 GE를 설명하는 가장 핵심적인 단어다. 2005년 미국의 한 기관에서 전세계 기업 중 핵심인재 교육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기준으로 기업 서열을 매긴 적이 있다. 이 때 GE는 2위를 압도적인 차이로 누르고 1위에 올랐다. GE를 바라보는 외부 시각을 그대로 보여주는 반증이다.

세계 최고 인재사관학교 GE의 핵심인재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른 기업들과 조금 다르다. 간부급이나 임원들만 핵심인재에 해당되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신입사원부터 체계적이고 강도 높게 지속적으로 단련되면 누구나 핵심인재로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본다. 결국 GE의 핵심인재 육성교육의 포인트는 ‘신입사원 때부터의 체계적인 단련을 통해 평범한 인재를 핵심인재로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GE는 개인의 경력이나 직급에 따른 다양한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부, 차장급 이상이 돼야 비로소 핵심인재 육성교육 대상이 되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현실과는 크게 다른 부분이다. 전체 직원은 5단계로 구분된다. 1단계는 신입사원을 포함한 2년차 이하의 신규리더, 2단계는 프로젝트를 이끄는 초급리더, 3단계는 팀장급인 중급리더, 4단계는 부서장급 고급리더, 5단계가 임원으로 소위 슈퍼급 핵심인재라 불리는 이들이다. 이처럼 지속적으로 인재육성 교육에 노출되다보니 한 번, 혹은 많아야 몇 번 교육을 받는 한국 기업 직원들과 뭔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GE는 어떻게 세계 최고 인재사관학교가 될 수 있었을까. 전문가들은 ‘20년간 GE를 이끌었던 잭 웰치 전 회장의 높은 관심과 관여’를 최고의 성공요소로 꼽는다.

1956년, 당시 GE 회장이었던 랄프 코디너는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연수원을 설립했다. ‘GE의 심장부’란 별명을 가진 ‘크로톤빌 연수원’이다. 그 시절만 해도 직원교육과 훈련은 외부 경영대학원에 위탁하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코디너 회장은 회사가 운영하는 전문 교육기관에서 교육시키는 것이 더 효과적이겠다고 판단하고, 이런 역할을 담당할 연수원을 세웠다.

당초 연수원은 일반 경영대학원과 유사한 주입식 교육 위주로 운영됐다. 재무, 마케팅, 회계, 조직행동학 등 일반적인 경영학 과목을 기본으로 배우고 독서와 토론, 사례연구가 병행됐다. 결과적으로 참가자들에게 지식은 전달할 수 있었지만, 여기서 배운 걸 실제 업무로 연결시키기는 쉽지 않았다. 핵심인재로서 연수원 교육을 거친 잭 웰치는 이같은 시스템의 한계를 잘 알았다. 그래서 81년 회장에 취임하면서 연수원의 교육 시스템을 확 바꿔 버렸다. 수십억달러를 투입해 시설과 환경을 리모델링하고 주입식 교육이 아닌, 진정한 리더를 양성하는 교육으로 전환하라고 지시했다. 그렇게 크로톤빌은 GE 개혁의 산실로 바뀌었고, 이때부터 GE는 세계 최고 인재를 양성해 내는 인재사관학교로 이름을 떨치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크로톤빌 연수원의 교육내용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액션러닝 도입이 대표적이다. 팀 단위로 과제를 준 다음 팀 스스로 해결책을 도출하도록 하는 게 액션러닝의 핵심. 팀이 찾아낸 해결책을 적용해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가까지를 확인한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팀원들은 자연스레 문제해결 방법을 익히게 된다.

또 외부강사의 이론적인 강의를 듣던 방식에서 내부 고위임원의 실무에 기반한 강의를 듣는 것으로 탈바꿈했다. 크로톤빌 연수원 교육의 85% 이상이 내부강사에 의해 이뤄질 정도다. 잭 웰치 역시 크로톤빌연수원의 단골 강사 중 한 명이었다. ‘피트’라는 자신만의 전용 강의실에서 잭 웰치는 매달 GE의 핵심인재들과 만나 GE의 가치와 리더십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회장과 대화하면서 참가자들이 리더로서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잡고 결과적으로 핵심인재로 거듭났을 것임은 익히 짐작해볼 수 있다. 잭 웰치 또한 이같은 토론을 통해 경영혁신에 관한 많은 아이디어를 얻어 현장에 접목시켰다. 대표적으로 ‘워크아웃’이 피트에서 벌어졌던 열띤 토론과정을 통해 탄생한 개념이다.

■ 현장교육이 강점 ■GE는 미래 리더가 갖춰야 할 요건으로 ‘4E+V’를 상정했다. 4E는 스스로 열정이 넘칠 뿐 아니라(Energy) 상대방에게도 활력을 불어넣고(Energizer), 정보가 부족하거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으며(Edge), 즉시 실행할 수 있는(Execute) 사람이면서 동시에 미래에 대한 분명한 비전(Vision)을 갖고 있는 인재를 가리킨다. 이 4E+V는 직원 채용과 평가 등 모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활용된다. 결국 연수원 교육 목표는 ‘4E+V’를 갖춘 인재양성이라 할 수 있겠다.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슈퍼급 핵심인재인 임원대상 교육은 EDC(Executive Development Course)로 불린다. 5주 동안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을 위해 GE 내에서도 가장 촉망받는 인재 40명이 선발되는데, 이 과정은 제프리 이멜트 회장이 직접 관리한다. 40명은 6개 팀으로 나뉘고, 각 팀은 1개월 동안 부여받은 특정 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세계를 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이 때 부여되는 주제는 회사의 미래전략과 기업문화 변화, 혹은 회사가 당면한 사업문제에 관한 것 등이다. 1개월 뒤 각 팀은 자신들이 대안까지 마련해 완성시킨 주제를 최고경영진에게 발표한다. 이 과정에서 토론에 토론이 이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또 이들의 최종제안서를 최고경영자가 채택할 경우 바로 시행에 들어간다.

이 외에 비즈니스와 관련된 개인역량을 평가하고 분석해서 장점을 강화시키는 동시에 단점을 보완하도록 도와주는 BBF(Business Based Forum), 전세계 지역의 시장지향적 전략과 글로벌 리더십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춘 BMC(Business Management Course), GE의 중요한 전략적 이슈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EIS(Executive Issues in Strategy) 등의 교육프로그램이 제공된다.

고급 간부대상 교육프로그램 중 MLP는 2주 과정으로 진행되는데, 리더나 관리자로서 먼저 자기 자신을 제대로 관리한다는 게 요점이다. 역시 2주 과정인 CCL은 서로 다른 문화나 관습, 제도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다. 전세계 나라와 지역에서 비즈니스가 일어나는 만큼 필수코스다. 3주 과정의 MDC는 임원 리더십을 중점적으로 가르친다.

이 외에 중급리더는 전략적으로 사고하는 법과 직원 퇴직을 방지하는 법 등을, 초급리더는 개인성과 향상법 등을, 신규리더는 대인관계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기술 등을 중점적으로 배운다.

한편 프레젠테이션 기술, 인터뷰 기술,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코칭과 멘토링에 대한 것은 직급별로 업그레이드 교육이 계속된다. 내용도 상당히 구체적이다. 이를테면 프레젠테이션 기술과 관련해서는 상대를 몰입하게 만드는 효과적인 시각자료 활용법, 메시지를 강조하는 보디랭귀지와 목소리 사용법, 상대의 질문이나 저항에 적절히 대처해 설득력을 높이는 기술, 당황하거나 긴장하지 않도록 감정과 기분을 조절하는 법 등을 배우는 식이다. 인터뷰 기술교육 또한 매우 중시한다. 리더로서 적절한 사람을 제대로 선발하기 위해서는 핵심적인 질문을 던져 상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역량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