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본격화하면서 '벤처농업'이 주목받고 있다. 시장 개방으로 위기에 처한 전통농업과 차별화하고 농업의 미래를 찾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벤처농업은 벤처기업 분류에는 없는 조어다. 농업기업인들이 민승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농업경제학 박사)의 멘토링을 받으면서 스스로 벤처농업인이라고 불렀다.

민 박사는 97년부터 벤처농업대학을 만들고 10년째 무보수로 교육과 함께 멘토링 활동을 하고 있다. 그 동안 그의 멘토링을 받은 멘티만도 500곳이 넘는다. 벤처농업인들은 사업 기획단계에서 생산ㆍ판매에 이르기까지 전문가 도움이 필요하면 민 박사를 찾는다. 이처럼 스승이나 선배의 조언 한마디가 사업 미래를 설계해 주고 인생을 바꿔 놓는다.

■ 멘토링제 활용기업 효율도 쑥쑥◆ 승진하려면＝ 가구업체 한샘의 신입사원 공은주 씨는 입사 직후 선배 김지영 대리에게 멘토 교육을 받은 덕분에 회사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고 한다. 키친바흐 개발팀에 배치된 공씨는 "멘토 선배에게 조직 특성과 업무방식, 가구업계 트렌드 등 많은 것을 배웠다"며 "잘 챙겨주는 친한 선배가 생기니 회사에 대한 애착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 대리는 "처음에 후배 멘티가 생겨 많이 부담됐지만 다양한 활동을 함께하면서 스스로 회사생활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한샘은 지난해 하반기 채용한 신입사원 24명을 포함해 선ㆍ후배 사원을 일대일로 맺는 멘토교육을 하고 있다.

회사측은 양방향 인재육성 방법인 멘토링 제도를 조직 융화와 업무 효율성 제고, 애사심을 높이는 데 활용하고 있다.

김해진 인력개발팀장은 "멘토링 프로그램은 멘티들의 전문지식과 업무 적응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멘토가 리더십을 키우는 계기도 된다"며 "인간적인 유대감을 쌓을 수 있어 바람직한 기업문화 형성에도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GE코리아도 멘토링 프로그램이 체화된 대표적 기업이다. 최근 글로벌 기업에서 다양성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소수민족이나 여성을 리더로 키우기 위해 멘토링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GE우먼스네트워크는 우수한 여성 인력들의 회사 적응 속도를 높이는 글로벌 조직. 선후배가 일대일로 연결돼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한국GSK도 멘토ㆍ멘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멘토와 멘티는 서로 다른 부서여야 하며 멘토는 정기적으로 멘티를 관리해야 한다.

멘토는 멘티가 맡고 있는 역할이 자신의 재능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멘티 재능에 맞는 부서로 이동시킬 수도 있다.

■ 훌륭한 멘토찾은 당신 절반은 성공◆ 리더가 되려면＝ 직장생활 11년차인 박미정 KTF 차장은 이제 관리자로서 능력을 키워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남자 후배들을 이끌면서 업무를 주도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주변에 여성 팀장도 없던 터라 마땅히 벤치마킹할 역할모델도 없다.

고심 끝에 올해 초 이화여대 리더십개발원에 입학한 그는 송영희 LG생활건강 상무를 만나 멘토 관계를 맺게 된다. 박 차장은 여성 리더로 활약하고 있는 송 상무의 다양한 직장생활 경험을 듣고 난 후 많은 것을 배우게 됐다. 특히 동료를 설득하는 방법과 효율적인 업무처리 등에 관해 많은 조언을 받았다.

박 차장은 "여자들은 빠른 결과를 원하기 때문에 회의시간에 다소 공격적이고 삭막한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송 상무 지적이 마음에 와 닿았다"며 "회의에서 의견이 관철되지 않아도 꾸준한 유대관계를 만들면서 의견을 관철시켜야 한다고 충고해줬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멘토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최은경 이화여대 리더십개발원 팀장은 "여성 리더가 되려면 본보기가 될 수 있는 멘토를 찾아야 한다"며 "훌륭한 멘토를 찾는다면 절반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 창업 고비마다 든든한 버팀목◆ 사업에 성공하려면＝ 송혜자 우암닷컴 사장은 에너지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 서사현 중소기업유통센터 사장에게 자문을 하고 있다. 한전정보네트웍 사장을 역임한 서 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에너지 전문가. 그는 송 사장에게 조언을 해주며 8년간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우암닷컴이 개발한 전력수요예측 시스템(ENFOS)도 서 사장에게 기술자문을 한 덕분에 훨씬 수월하게 개발할 수 있었다. 송 사장은 "8년 전 지인 소개로 만나 한 달에 2~3번 통화하며 조언을 얻고 있다"며 "서 사장님 도움이 없었더라면 에너지 분야에 쉽게 뛰어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호 영림목재 대표는 최병훈 홍익대 목조형가구학과 교수와 15년간 멘토 인연을 맺고 있다. 최 교수는 이 대표의 원목서재가구 'e-라이브러리' 사업과 관련해 디자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그가 제안한 스칸디나비아산 자작나무와 북미 단풍나무를 활용해 제작한 테이블과 의자는 히트상품이 됐다.

이 대표는 "독특한 흰색 재질 나무로 만들어 소비자들 반응이 좋았다"며 "다양한 가구의 기본 구조에서 기술 정보, 수종과 철물 선택까지 최 교수에게 자문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한달에 한번씩 만나 취업 정보교류◆ 취직하려면＝ 이화여대 화학과 출신인 김미정 안소영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모교 후배 유세라 씨(화학 2학년)를 매달 한 번씩 만나 취업상담을 해준다.

변리사 시험을 준비하는 유씨는 김씨 조언으로 영어와 일본어 공부 비중을 높이고 있다. 특허관련 기술자료 대부분이 영어와 일본어로 작성돼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힘들게 시험공부를 하던 때를 생각해 같은 길을 걷고 있는 후배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어 멘토를 자청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과학기술 분야의 여성 선후배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이화여대 와이즈 멘토링을 통해 만나게 됐다.

2001년 도입된 와이즈는 이공학을 전공하는 여대생들의 사회 진출을 돕기 위해 전문가나 선배(멘토)를 소개하고 계속 교류할 수 있도록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연세대도 사회 진출을 앞둔 여학생들에게 역할모델을 심어주는 데 멘토링이 제격이라고 판단해 지난해부터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올해는 국제기구 금융 과학기술 문화기획 법률 정치 언론 등 총 7개 분야 멘토 21명을 구성해 63명 멘티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 소외계층 학생들에겐 방과 후 학습지도◆ 공부 잘 하려면＝ 서울대 소비자학과에 재학중인 장정윤 씨는 기초생활수급자 자녀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멘토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처음보다 조금씩 나아지는 멘티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며 "공부를 가르치고 고민도 상담하면서 친동생처럼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교육부 시범사업으로 지난 4월부터 소외계층 학생 학습을 지도ㆍ상담해주는 대학생 멘토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재학생 300명이 참가해 관악구와 동작구에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자 및 특수교육대상자 초ㆍ중ㆍ고교생 1000명에게 기초학습 지도, 보호ㆍ상담, 인성지도, 체험활동 지원 등 교육봉사 활동을 해오고 있다. 멘토로 활동하는 서울대생들은 교육실습이나 사회봉사 과목 학점을 인정받게 되며 교통비, 식비, 영화ㆍ연극 관람비 등 경비도 지원받을 수 있다. 교육부는 2학기 들어 교육복지 투자 우선지역으로 지정된 30개 지역으로 대학생 멘토링 제도 시범사업 범위를 늘리고 내년부터는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