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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선후배 "멘토링 인기"

작성자 : 유수정

작성일 : 2004-09-01 조회 : 3,042

여성 선후배 '멘토링' 인기 | 잡학

[중앙일보 문경란] ▶ 지난달 코엑스에서 열린 정부 혁신 국제박람회에서 여성부의 사이버 멘토링이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멘티 김성영(선화여상3).최유린(25).이한나(성신여대2)씨가 멘토 정의정(휴먼네트워크 실버사업팀장).김희정(사비즈 대표)씨 (왼쪽부터)와 함께 인터넷에 접속해 보고 있다. 최정동 기자 "연봉 협상 때는 일방적으로 자신의 입장만 내세우지 않는 게 좋습니다. 매출은 늘었지만 이익인지 손실인지, 잘 계산해 보고 차분하 게 얘기하는 게 좋지요."

"자신을 흥분시키는 직업을 택해야 합니다. 이직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여성부가 운영하는 위민넷의 사이버 멘토링에 올라와 있는 멘토들의 충고 중 일부다. 인생의 길잡이가 될 이 같은 내용에 멘티들의 고마워하는 댓글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선후배끼리 삶의 지혜와 직장생활의 노하우를 나누는 멘토링이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다. 같은 대학 선후배 여성이, 자연과학이라는 같은 길을 가는 여성끼리, 그리고 대학 교수들이 나서 학생들을 이끌어주는 등 매칭 그룹도 다양하다.

◆ 여자들의 네트워크, 멘토링= 멘토링이란 선배(멘토)가 가진 풍부한 경험과 전문지식을 후배(멘티)에게 나눠주고 지도하며 이 같은 네트워크를 통해 사회적 유대를 넓혀가는 일종의 교육방식. 기업 등에서 이용하고 있지만 '여성은 선배가 드문' 현실 때문인지 젊은 여성들을 겨냥한 프로그램이 활발하다.

현재 여성 멘토링이 가장 왕성하게 이뤄지는 곳은 여성부가 운영하는 위민넷(www.women-net.net)의 사이버 멘토링이다. 매년 5~6월 멘토링을 원하는 여성들의 신청을 받아 1명의 멘토에 1명 또는 다수의 멘티를 짝지워 준 뒤 사이버상으로 서로 교류케 하고 있다. 2002년 100쌍으로 시작해 올해엔 400쌍이 될 만큼 급성장했다.

여성부로부터 이 프로그램을 위탁받아 운영 중인 ㈜사비즈의 김희정 대표는 "멘토들이 현실에서 부닥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터득한 내용을 조언하기 때문에 여고생 또는 여대생 멘티에게 생생하고 유익한 정보가 된다"고 말했다.

㈜휴먼네트워크 실버사업부의 정의정(29) 팀장을 멘토로 둔 이한나(21.성신여대 2)씨는 "같은 전공인 멘토가 경영학의 여러 길을 제시해준 덕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진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여성부의 사이버 멘토링은 올 가을께 태국.몽골.캄보디아 등 아시아 국가에 여성들 간의 네트워킹과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좋은 프로그램으로 소개될 예정이다.

◆ 종류도 다양한 여성 멘토링= 숙명여대는 지난해 가을학기부터 국내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멘토 프로그램을 강의 과목으로 개설해 운영 중이다. 10명 내외의 멘티와 1명의 멘토로 구성된 팀이 올 봄학기의 경우에만 80여개. 60명의 교수가 멘토로 나서 중국 패션업계 연수를 다녀오고 문화 이벤트 현장에서 실습을 하는 등 실무를 강화한 교육을 하고 있다.

특히 이현봉 삼성전자 사장, 홍석규 ㈜보광 사장, 김신배 SK텔레콤㈜ 사장 등 쟁쟁한 재계 CEO와 주요 실무자 20명이 주말을 이용해 멘토로 나서 관련 분야 현장을 생생하게 소개했다.

서울대 진로.취업센터(http://career.snu.ac.kr)가 올 5~6월 처음 개설한 멘토링 프로그램에는 인문대 여학생 선후배 27명이 참가했다.

변리사.기자.회사원 등 다양한 직종의 선배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일주일에 한두번 만나 직업에 대한 정보를 주고 경력을 개발하는 노하우를 전수했다.

한국과학재단이 운영하는 WISE(Women Into Science & Engineering)프로그램은 우수 여성 과학자들이 멘토로 나서 초.중.고.대학에 재학 중인 여학생 멘티에게 전문지식을 전하고 과학분야로의 진출을 도와준다.

문경란 여성전문기자 < moonk21@joongang.co.kr > 사진=최정동 기자 < choijd@joongang.co.kr >

*** 사이버 멘토링 성공법

멘토링도 활용하기에 따라 효과가 천차만별이다. 주로 온라인 상으로 이뤄지는 멘토링의 특성상 자주 접속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이다.

여성부 사이버 멘토링을 위탁 운영하는 ㈜사비즈의 김희정 대표는 "멘토와 멘티 모두 사전에 멘토링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한 뒤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오리엔테이션이 필요하다.

서울대 진로취업센터의 공윤정 전문위원은 "멘토링을 시작하기 전에 오프라인에서 만나 멘토링에 대한 이해를 하고 서로 간에 유대를 가진 팀과 그렇지 않은 팀 간에 성공률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고 말했다. 오리엔테이션에서는 멘토링의 목적과 취지, 서로 간의 성격과 가치관 등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시작하는 게 좋다. 분명한 이해 없이 시작한 경우 거의 교류가 없거나 신변잡담으로 흐르는 경우도 제법 있다.

또 멘토링 중간에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을 통해 유대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멘토링이 활성화되도록 운영자 측이 오프라인 행사 등을 개최하면 도움이 되지만 대부분 예산상의 문제 등으로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멘토링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또 하나의 요소는 멘토다. 김 대표는 "시간을 할애하고 열정을 쏟아야 하는 데다 개인의 신상에 관한 내용도 공개해야 하므로 멘토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특히 유명인의 경우 시간에 쫓겨 유명무실한 멘토가 될 공산도 크다. 때문에 멘티의 적극성이 현실적으로 중요하다.

한국여성개발원 김남희 박사는 "멘토와 멘티를 운영자가 일방적으로 정해줄 게 아니라 서로에게 정보를 준 뒤 선택하도록 하는 방법도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멘토링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활성화되고 도움이 되는지 효과를 분석하는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