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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정본부장
 
  여성을 위한 네트워크 형성
  
 작성자 : 유수정
작성일 : 2004-09-03     조회 : 3,103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여성을 위한 네트워크 형성이 사회 전분야로 전파되는 현실이다.

[브라보!2050]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네트워크만든다/세계.
 

[브라보!2050]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네트워크만든다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8층에 자리한 여성부 소회의실. 토요일 이른 아침이지만 때아
닌 여성들의 수다로 회의실은 왁자지껄하다. “너무 많은 정보들과 다양한 얘기들이 담겨 있으니까
인터넷 사이트의 정체성이 모호한 거 같아요.” “기자회원은 많은데 새 글이 올라오는 속도가 느려요.
회원들의 참여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안은 없을까요.”

이곳에 모인 다섯 명은 여성부 포털사이트 위민넷(www.women-net.net)의 기자회원 소모임 팀장들이다. 울산과 부산에서 새벽 6시 첫 차를 타고 올라온 열성 회원들이 있는가 하면 전날 야근으로 감기
는 눈을 억지로 떠가며 회의에 참석한 사람도 있다.

시민단체 간사와 웹진 기자, 아기 스포츠단 교사에서 대학생까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모인 이유는 한 가지, 탄탄한 여성들만의 네트워크를 꿈꾸기 때문이다.

위민넷이 생긴 것은 2001년. 작년부터는 ‘함께 만들어가는 사이트’라는 기치로 기자회원 제도를 운영했고 1기 회원 여섯명에 이어 현재는 2기 회원 40명이 활동하고 있다. 기자회원들은 직장여성성공학과 육아, 외국어와 교육, 문화따라잡기와 여행 등 8개의 소모임에서 활동한다. 소모임에 글을 올리는 기준은 자신의 관심과 취미에 따른 것이고 형식도 기사에서 칼럼과 수필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이들의 글은 단순한 끄적임을 넘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과 직업적 특성을 이용해 사이버
상에서 남에게 직접적으로 인생을 지도를 해주는 멘토(정신적 선배이자 스승)와 멘티(후배이자 제자)의 관계를 맺어주기도 한다.

외국어·교육 소모임 팀장을 맡고 있는 김정민(40)씨가 대표적인 사례. 서울대 국제통상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김씨는 “마흔까지 살면서 여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었다”며 “직장 생활에서 얻은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는 이유로 이곳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학문적 지식과 아이를 키우는 경험을 합쳐 교육 평준화문제부터 시험을 잘 보게 하는 방법까지 외국어·교육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글로 전달하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활동의 대가로 이들에게 특별한 보상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단지 A4 한 장당 1만원 정도하는 소정의 원고료가 전부일 뿐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취미삼아 어설프게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다. 한 달에 두 편 이상씩 새로운 글을 올려야 한다는 의무감에 시달리기도 하고 팀장으로서 소모임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환경시민단체 ‘생명의 숲’에서 간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혜정(26)씨는 여행 레저 소모임 팀장이다.
그는 “매번 새로운 곳을 갔다오거나 찾아내서 여행기를 올려야 한다는 부담에 시달린다”고 말한다.

경기여성정보웹진 ‘우리’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장정화(34)씨도 “젊고 발랄한 여성들을 만나사회적 연대를 이루고 현실에서의 성차별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획기사를 발굴하는 것이 목표”라고
고민을 얘기한다.

여성주의란 여성이 단지 그가 지닌 성별 곧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것에 대한 믿음이다.

따라서 여성주의의 고민과 활동방식은 다양할 수밖에 없고 위민넷에도 수많은 정보와 이야기들이혼합된 채 담겨있다. 이런 이유로 사이트의 정체성이 불분명하기도 하고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수도 아직까지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이들은 이곳에서 활동하며 자기를 성찰하는 기회로 삼기도 하고 ‘이건 여자 장난감이야’ ‘저건 여자 노래야’ 하는 성차별적인 교육에 대항하는 해결책을 얻기도 한다. “이곳에 오마이뉴스와 같은 고발성기사는 거의 없어요. 하지만 회원들이 쓰는 글 하나하나에 깊은 고민의 흔적이 느껴져요. 글을 읽으며 키득키득 웃기도 하고 ‘맞아 바로 이거야’ 하고 깨닫기도 하죠. 그런 것이 이곳의 매력이 아닐까요.”

기사를 검열하는 사람은 없지만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생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 글을 검열하게 돼 고민이라는 그들. 그들이 꿈꾸는 대로 굳건한 여성의 연대를 이룰 수 있는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네트워크가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차윤경기자/hav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