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을 중시하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여 최근 많은 CEO들에게 ‘등산경영’이 유행하고 있다. 그것은 등산경영이 직원들의 협동심과 사기를 진작시키기 때문이다. 임직원들과 함께 땀 흘리며 산에 오르다 보면 자연스레 말문이 터지고, 격의 없는 진솔한 대화는 서로 간에 신뢰감을 높여 업무효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산을 좋아하고, 등산경영을 실천하는 CEO들은 자연을 좋아하듯이 사람을 좋아하는 특징이 있다.

구자준 LG화재 부회장에게 산은 미지의 영역이자 도전이기도 하다. 2001년 K2 원정대, 2003년 남극탐험대에 참가했고, 2005년에는 북극탐험 원정대장을 맡았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산을 오르면서 도전정신과 극기를 배울 수 있다. 특히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는 탐험정신은 기업경영과 맥을 같이 한다”고 강조한다. 세계 최초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산악인 박영석 대장을 1999년부터 꾸준히 후원한 구 회장은 보험에서도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등산경영의 매력에 젖어있다.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은 환갑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매주 토요일 ‘4봉, 2산’을 타는 강철 체력을 자랑한다. 부도를 겪었던 1998년 화의를 신청할 수밖에 없었는데, 마음의 평화를 찾기 위해 등산을 시작하게 됐다. 이후 직원들을 독려하고 회사의 비전을 제시하는 ‘등산경영’은 크라운·해태제과의 경영 스타일로 굳어졌다. 임직원들이 함께 등산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의사소통이 원활해지고, 신뢰가 회복됐다고 한다. 윤 회장은 크라운·해태제과 공동 사장에 취임한 직후 7,000여 명의 전 직원에게 등산화를 선물하기도 했으며, 창립기념일에는 등산용 외투를 선물하여 등산경영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You First’ 정신을 주창하는 김지완 현대증권 CEO는 팀장급 이상의 간부 130여 명과 서울 인근의 4개의 산을 주파했다.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불암산·수락산·도봉산·북한산을 18시간 만에 모두 정복한 것이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직원들에게 건강과 실력 향상을 강조하면서 ‘건강’을 최우선으로 강조한다. 체력이 뒷받침돼야 일도 열심히 할 수 있다는 것. 평소에도 직원들과 함께 북한산을 오르며 직원들과 더욱 가까워지려 노력한다. 운동량이 부족한 사무직 직원들의 체력을 키우며, ‘등산경영’을 통해 취임 당시 매각 위기에 처해 있던 현대증권을 단기간에 정상 궤도로 올려놓은 셈이다.

시무식을 관악산 정상에서 치를 정도로 산을 좋아하는 휠라코리아 윤윤수 회장은 등산을 통해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하고 최고 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며 열린 경영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등산경영을 선포하고 직원들과 함께 산에 오르며 조직의 화합은 물론 사업 아이디어도 얻는 윤 회장은 순수한 자연과 인간을 존중하는 멘토형 CEO이다.

지리산, 한라산 등 국내에 있는 산이란 산은 거의 섭렵한 한준호 한국전력 CEO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주말마다 산에 오른다. 나무와 바위, 계곡, 풀 등이 제자리에 있어야 산이 산답다는 소리를 듣는 것처럼, 경영도 모든 구성원이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교훈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회사경영도 등산과 마찬가지로 왼발과 오른발이 같이 움직여야 정상에 오를 수 있다고 말하면서, 골프와 등산 중에서 선택하라면 주저 없이 후자를 택한다는 그는 스스로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산다운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깨끗한 기업을 추구하는 한국전력 CEO답게 사회공헌 활동을 앞장서 추진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등산 경력 20여 년인 김우평 SK증권 CEO는 가파른 오르막과 정상, 내리막에서 경영철학을 배울 수 있다고 한다. 산은 오를 때보다 내려올 때 더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자칫 긴장의 끈을 놓는 순간 치명적인 사고를 당할 수 있으므로 산행 도중에는 항상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의 기업경영 방식과 일맥상통한 점이 많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정상에 오르지만 정상은 좁고, 바람이 심해 오래 버티기 힘들다. 실력 있고 남의 존경을 받는 사람은 남보다 좀 오래 있기도 하지만 ,때가 되면 다음 사람을 위해 자리를 내줘야 한다. 산 정상에 서는 것은 성취감이 큰 만큼 위험과 스트레스도 동반한다.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 때로는 우러러보이기도 하지만, 인생의 행복이 하는 일의 크기와 비례하지는 않는다. 대기업의 장, 정부 부처의 장처럼, 정치·경제 및 각 분야의 최고 자리에 오른 사람들은 마치 에베레스트 같은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 즉, 최고의 자리에는 아무나 오를 수가 없으며 피나는 노력을 통해 실력을 쌓아야 하고,  때가 돼야 오를 수 있다. 정상에 서 있는 것은 더욱 힘들다. 책임과 의무, 시기와 모함이 추위와 눈보라처럼 끊임없이 엄습한다. 자기보다 훌륭한 사람을 옆에 둘 수 있는 용기와 인재육성 능력이 있어야 한다. 특히 인재육성의 검증된 제도인 멘토링을 도입하고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멘토형 CEO는 바로 구성원의 옆에서 그들의 바람막이가 되기도 하고 손을 잡아주기도 하는 인생 등반의 가이드가 되어야 할 것이다.